성동구의 자랑 '안심상가'의 흑역사
2019년 2월 당시 성동구청에 의해 조사된 성동안심상가 일대 3.3㎡(약 1평)당 임대료 [그래픽 디자인 여동건]
"사실 임대료가 저렴하다고 해서 입주했는데, 임대료가 싼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이 폐업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성동구에서 저희가 반년도 안 돼 폐점한 이후 감정평가사까지 다시 불러 임대료를 재측정했지 않습니까."
성동구의 공공안심상가(이하 성동안심상가)를 임차해 사업을 하다가 불과 4개월만에 사업을 접은 점주가 남긴 말이다.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선도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평가받는 곳이 성동구이다. 성동구가 야심차게 시도한 성동안심상가는 지난해 말 '2019년 행정서비스 공동생산 사회혁신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그 성과를 인정받기도 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대응하는 상생협력모델로도 국내 연구 보고서에 자주 거론된다.
그런데 성동안심상가에 초기 입주했던 상점 주인들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비싼 임대료'를 피해 입주했음에도, 입주 초반 '임대료'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초창기 정책상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성동구청은 다시 임대료를 재측정한 점을 인정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투명성 확보를 위해 '임대료 재산정 협의체'를 선정해 다시 임대료를 산정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2017년 12월에 성동안심상가(부영 기부채납 건물 기준) 입주 상가 모집 공고 자료를 보면, 실제로 음식점이 들어서는 1층의 경우 74.92㎡(약 22평)을 사용할 때 1년간 낼 임대료(관리비 포함)로 2305만원을 제시하고 있다. 한달에 월세로 192만원을 내라고 한 셈이다. 관리비를 제외하고, 3.3㎡(1평)를 사용하는데 한 달에 약 8만4600원가량의 임대료를 내야하는 것이다.
해당 안심상가가 위치한 곳은 '성수2가3동'이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이 공개한 임대료 추정 자료에 따르면, 성수2가3동의 평균 임대시세(2018년 3분기 기준)는 처음으로 상가 입주가 진행된 1평당 1달에 10만4252원이다. 애초에 홍보한 대로 70% 수준의 가격을 산정했다면 7만원을 밑도는 가격에 임대가 돼야 했지만, 맨 처음 입주한 이들은 약 85% 수준의 가격에서 임대를 한 것이다.
2020년 2월 기준 성동안심상가 입점 업체 현황[그래픽 디자인 여동건]
성동안심상가 임대료 수준은 왜 달라졌나
헤럴드경제는 성동구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17년 11월 초기 임대료 산정과 2019년 2월 임대료 재측정 당시 근거 문건을 확보했다.
2017년 11월 당시 성동구청은 성동안심상가 주변 1층 상점 48곳의 임대료 수준을 조사했다. 이때 성동구청은 개별 임대료 조사의 평균치를 반영하기보다는, 임대료의 전반적인 범위를 확인했다. 조사 상점 48곳 중 25%(12곳)는 1평당 한달에 13만~22만원을 내고 있었다. 같은 공간 규모에 대해 27곳은 5.5만~11만원을 내고 있었고 7곳은 7만~11만원을 월세로 냈다.
이후 "주변 상점들과 공존할 수 있도록 너무 낮게 임대료를 산정하진 말아달라. 새로운 건물이란 점도 반영해달라"는 주변 상인들의 입장을 임대료에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동안심상가 주변 한 공인중개사는 "주차장 확보 신축 건축물의 경우 일반적으로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임대료가 비싸다. 주변시설 낙후 식당과 상생할 수 있도록 적정 임대료 산정이 필요하다"고 진술했다. 한 한식점 사장은 "30년 동안 장사했던 주민이 피해를 안 받도록 입주 업종 배려 필요하다"고 했다.
임대료 부담을 호소한 폐점 기업들이 생기면서, 성동구청은 지난해 2~3월 임대료를 재산정했다. 재산정 당시에는 재산정 협의체(공무원, 입주민,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로 구성)를 만들어 의견을 나눴다. 이 때 달라진 점은 적정 평균 시세를 계산해 확정했다는 점이다. 임대료를 다시 조사해, 주변 상점의 1평당 월 평균 임대료가 약 8만1000원 수준이라고 결론냈다. 성동안심상가 입주민에게는 8만1000원의 70% 수준인 5만2000원을 적정 임대료로 확정했다. 보고서에는 "민간 임대(관리비 포함)시 평당 월에 9~10만 적정하나, 안심상가 취지상 주변시세 70%는 6만원선"이라고 기재됐다.
임대료 논란 이후에는 이전과 달리 평균 시세를 확정하고 70%라는 정량적인 수치만 참고해 입주 상인들의 부담 수준을 확 낮춘 것이다. 초기 제시된 '주변 상인들을 생각해 너무 임대료를 낮추진 말아달라 ', '부영 기부채납 건물이 신축 건물이라는 점' 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시설 하자 보수했지만, 음식점 등 입점 비중은 애초 계획 못 채워
부영이 기부채납한 새 건물의 '시설 하자' 역시 꾸준히 제기된 문제였다. '난방문제'가 입주 상인들에게 거론되자 성동구청은 오픈형 푸드코트 형태 공간을 독립형 식당으로 바꾸고 높게 설치된 냉난방기 위치 조정하는 공사를 지난해 초 시행했다. '환풍기와 하수구 막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열교환기 설치하여 환기시설을 보강하기도 했다.
성동안심상가의 2~3층이 애초 성동구청의 계획과 달리 음식점 등 상가가 들어서지 않는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처음에 안심상가를 개소할 때만 해도 성동구청은 1층과 2층에만 11개 음식점을 끌어들일 예정이었다. 3층 역시 생활편의시설과 일반 음식점이 들어설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안심상가를 방문해보면, 1층에 들어선 음식 상점 4곳을 빼고 2~3층에는 음식점이 없다.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인 음식점이나 카페 업주들에게 생각보다 인기가 많지 않은 것이다.
한편 성동구-(주)부영 간 2015년 12월 사회공헌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이를 바탕으로 성수동 2가 284-22, 23 일대 지하 1층〜지상 8층, 연면적 6920㎡(약 2093평) 규모의 공공기여 건축물을 조성, 2018년 1월 부터 젠트리피케이션 피해 임차인은 물론 청년창업자, 소상공인, 사회적경제조직, 노인 일자리 등을 위한 안심상가로 운영해오고 있다.
김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