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속협의” 南 “행동부터”
美 “北 준비된 점 보여야”
북한의 무조건적인 남북 대화 요구에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6일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ㆍ정당ㆍ단체 연합성명’을 통해 “실권과 책임을 가진 당국 사이의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개최할 것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연초 신년사설에 이은 두 번째 대화 제의다. 성명은 “긴장완화와 평화, 화해와 단합, 협력사업을 포함해 민족의 중대사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협의ㆍ해결해나갈 것”이라며 대화 의제 폭도 제한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 문제를 남북 대화에서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한국과 미국의 6자회담 재개 선결 조건을 사실상 수용했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반응은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핵과 도발을 포기했다기보다는 국제적으로 고립된 현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6자회담이든 남북회담이든 북한이 진정으로 대화의지를 갖고 있다면, 비핵화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또 천안함이나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이 일방적으로 회담 개최를 주장하는 것은 진정성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 반응이다.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은 지속가능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한국과 미국에 보여야 하며, 그것을 위해 북한이 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추가도발과 핵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명확히 하라는 의미다.
이 같은 기조는 전날 보즈워스 특사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담에서도 확인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UEP) 프로그램 공개를 미국을 아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 사회의 대응이 조만간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대화와 압박이라는 한ㆍ미 양국의 대북정책 ‘투 트랙’ 중 당분간은 압박에 무게 중심이 실릴 것이라는 뜻이다.
한편 북한의 연이은 대화 제의는 심각한 경제난, 천안함, 연평도 도발 등 경색국면에 대한 책임 회피 등의 다목적 카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이 없으면 6자회담도 없다는 분위기에서 나온 북한의 반응이고,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남한의 경제적 지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남북 간에 속내를 확인하려는 핑퐁게임이 당분간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