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사 파동으로 홍역을 치뤘던 외교통상부의 새로운 인사 실험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7명의 대사와 15명의 영사 임명 및 드래프트제도를 통한 과장 보직 임명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당초 외교부의 공언 만큼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인사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14일 외교부에 따르면 27개 국가의 신임 대사 후보들에 대한 해당국의 임명 동의(아그래망)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앞서 외교부는 한 지역에서 2년9개월 이상 공관장을 지낸 인사 전부를 교체 대상으로 삼고, 새 인물 발탁을 시도했다.
그러나 막상 그 결과는 처음부터 예외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대사. 현 권철현 대사는 인사 기준에 따라 교체 대상이었지만 이번 공관장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치권의 이해 관계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같은 주요국 대사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인사가 불가피한 곳”이라고 말했다.
김석기 현 한국자유총연맹부총재이자 전 경찰청장의 오사카총영사 발탁도 같은 맥락이다. 외교부는 김 영사가 경찰 시절 일본 근무 경험이 여섯 차례나 될 정도로 일본 전문가임을 강조했지만, 외교가에서는 경찰청장 출신이 총영사로 가는 것에 대해 청와대나 정치권의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나머지 대사나 총영사 인사도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특히 김성환 장관이 취임 초기 강조했던 외부 인사 수혈은 예년 수준에 불과했다는 분석이다.
외교부의 인사 개혁을 주도할 1차관 인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 신각수 차관이 지난해 인사 파동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지 2개월이 넘었지만 아직 후속 인사가 없는 상태다. 외교가에서는 외교부가 적임자로 추천한 인물이 번번히 청와대로부터 거절당해 인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대사나 외교관은 기본적으로 언어 전문성과 조직을 지휘하는 정무 능력이 필요한데, 이를 충족할 만한 차관이나 국장, 대사급 외부 인사의 폭은 넓지 않다”며 “결국 대부분 인물이 외교부 내에서 채워지고, 또 여기에 청와대와 조율에도 시간이 걸리면서 전체 인사가 늦어지고, 그 결과도 의지만큼 파격적이지 못하게 보이는 듯 하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