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남북대화-후 6자회담’이라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원칙에 대해 미국과 일본이 연달아 지지 입장을 재 확인했다. 이에 따라 오는 19일 미중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정세는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무상을 접견하고, 6자 회담을 재개하려면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중요하며, 향후에도 한ㆍ미ㆍ일 3자간 긴밀한 대북공조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청외대 관계자는 전했다. 또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은 16일 미국 공영방송 PBS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그들이 지불해야 할 대가가 견딜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는 그간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는 데 대한 충분한 대가를 부과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북한에게 남북대화를 필두로 하는 대화의 문은 계속 열어두지만, 이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제재’ 카드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과 일본 정부도 이 같은 우리 정부의 입장에 연달아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다국간 외교를 하기 전에 남북 대화가 필요하다”며 “중국에는 ‘한국과의 관계 재구축의 중요성’을 북한에 설득해야 한다는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19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극적인 북미 직접 대화 재개나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할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를 일축한 것이다.
또 전날 한국을 방문했던 마에하라 일본 외무상도 “연평도 포격사건 등을 감안해 북한과의 대화에 앞서 먼저 남북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최근 북일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며 야기됐던 한일 공조 이상 기류 관측을 바로잡았다.
이 같은 한ㆍ미ㆍ일 3국의 ‘선 남북대화-후 6자회담’ 방침 재확인은 북한을 더욱 몸닳게 하는 모양세다. 올해 들어 대화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는 북한은 지난 14일에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대담 형식으로 “우리 입장은 일단 대화에 나와 모든 문제를 다 탁상 위에 올려놓고 논의해 보자는 것”이라며 “마음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마주 앉으면 풀지 못할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재차 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역 제안한 남북 대화 조건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우리 정부는 최근 통일부 대변인 발표 형식으로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가 남북대화의 핵심 의제가 되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바 있다. 또 이에 앞서 북한이 두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는게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외교가 한 소식통은 “북중 직접 대화, 북일 회담 가능성이 최근 연이어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도 모든 것에 남북대화가 앞서 이뤄저야 한다는 원칙을 재 확인한 셈”이라며 “북한이 어느 정도 진실성 있는 모습을 보이고, 또 우리 정부가 어느 수준에서 이를 받아드릴지가 향후 대화 속도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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