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초부터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2009년 말 기습적으로 단행했던 화폐개혁의 부작용이 1년이 지난 지금 쌀을 필두로한 식량 가격 폭등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복수의 대북 매채들은 19일 북한의 쌀 가격이 최근 ㎏당 2300원까지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연평도 포격 직후인 11월까지 ㎏에 1300원 선을 유지했던 쌀 가격이 불과 두달 사이에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열린북한방송은 “함경북도는 쌀 1㎏에 2300원, 양강도는 2200원, 평북 신의주는 2000원 수준”이라며 “이는 화폐개혁 직전 쌀 값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일본의 대북 인권단체인 ‘구출하자, 북한 민중 긴급행동 네트워크’(RENK)도 익명의 북한 내 소식통을 인용해 “평양 시내 쌀값이 1400원에서 최근 1900원으로 뛰었다”고 전했다.
쌀 값 급등은 여타 대체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유북한방송은 “㎏에 750 정도하던 옥수수도 1100원으로 올랐다는 것을 회령시 소식통에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북한의 연초 쌀 가격 급등은 이례적이다. 가을 추수 이후부터 연초까지는 보통 수준을 유지하다 보릿고개인 봄에 가격이 오르는게 지금까지 북한 쌀 가격의 흐름이였는데, 올해는 그 시점이 상당히 앞당겨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쌀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북한 돈의 가치 절하가 자리잡고 있다. 북한은 2009년 말과 2010년 사이 기존 화폐 단위를 100배 줄이는 화폐개혁을 단행했지만, 시장의 반발로 사실상 실패했고, 결국 환율도 화폐개혁 이전과 같은 중국돈 1위안 당 500원으로 최근 원상복귀 됐다. 결국 1년 사이 실질 수입 물가만 100배 올린 부작용이 연초 쌀 가격 급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북한 당국의 지난해 말 철과 석탄 수출 금지 정책이 연초 식량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영화 RENK 대표는 “북한이 최근 국내 전력사정이 악화하자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석탄과 철광석을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이것이 달러화 부족으로 이어졌다”며 “북한에 다른 외화벌이 수단이 없다는 걸 잘 아는 상인들이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쌀이나 옥수수 판매를 억제한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