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장관이 요 며칠 새 온탕과 냉탕을 들락날락했다.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인질 21명을 모두 무사히 구출해 국민적인 찬사를 받은 김 장관이지만 군 안팎에서 “작전 성공을 홍보하는 데만 신경 쓴 나머지 지나치게 보안사항을 노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간담회 자리에서 “‘아덴만 여명 작전’의 성공을 확신하고, 인질 구출과 해적 소탕에 돌입했다”고 자신감에 찬 보고했다. 또 “최영함 선상에서 실전과 같은 모의훈련을 모두 5번 실시했고, P-3 정찰기 등을 통해 인질의 위치와 납치후 일과, 해적의 상태 등을 정확하게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칭찬과 격려의 목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국방부가 보안이 필요한 군사작전 정보까지 불필요하게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이 “이렇게 기밀을 다 공개하고 앞으로 소말리아에서 유사 작전을 하면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김 장관이 “일반적인 대테러 상황 보고”라고 반박했지만, 이 의원은 “장관은 지난 10년간 타성에 젖은 것 같다”며 질타했다.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자칫 해적들에 우리 전술을 교육시키는 역효과도 우려된다”고 지적했고, 정미경 의원은 “구체적 작전 내용이 적의 손에 들어가는 것은 미래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결국 김 장관은 “또 다른 인질사건이 벌어졌을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대한 작전 보안에 유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의원들의 이어지는 질타에 김 장관은 “‘등고자비(登高自卑ㆍ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 출발해야 한다)’란 말이 있듯 결코 오늘의 결과에 자만하지 않겠다”며 “최대한 작전 보안에 유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아덴만의 쾌거’는 해군특수전 여단(UDT/SEAL) 대원을 비롯한 청해부대 장병들이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결과이지만 운도 따랐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행운이 계속되리란 보장은 없다. 일시적 타격을 입었다고 한국선박에 대한 납치 기도를 그만둘 해적들이 아니다. 이들이 보복을 공언하고 있는 만큼, 김 장관에게 시급한 것은 전과홍보가 아니라 청해부대의 전력보강으로 국민들의 우려를 잠재우는 것이다.
<김대우 기자@dewki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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