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개국 한인회장 한자리에
차세대 동포 지원 필요성 역설
이상덕 “한민족 공동체 강화”
김현(왼쪽) 샌안토니오 한인회장과 최진영 캘거리한인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4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석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한인회는 이방인인 한인들이 현지 주류사회와 소통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방향을 잡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개최된 ‘2024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고국을 찾은 김현(44) 미국 샌안토니오 한인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 남부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지역은 켈리 공군기지 등 군사시설이 있는 군수산업의 도시로, 1만여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
샌안토니오 한인회가 연말에 개최하는 ‘한미 문화의 밤’은 한인들만의 문화가 아닌, 미국 현지인들과 아시아 모든 교포들이 함께 즐기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이 배경에는 한인 사회와 관계 강화를 약속한 론 니렌버그 샌안토니오 시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낸 한인회의 역할이 컸다. 샌안토니오는 광주시와 40년동안 자매도시를 맺고 있을 정도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김 회장은 미국 한인회 중 최연소 회장으로, 한인 사회뿐만 아니라 아시안 커뮤니티 중에서도 모범적인 역할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활약에 대해 그는 “역대 회장님들이 기반을 닦았고, 이제 한인 2세로 넘어오면서 언어적인 장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획을 긋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세계한인회장대회의 최연소 참가자인 최진영(34) 캐나다 캘거리 한인회장은 “한인들의 권익을 지켜주고,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이며,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것”을 한인회의 역할로 꼽았다.
참가자 중 유일한 30대인 최 회장이 이끄는 캘거리 한인회의 15명의 임원은 모두 2030세대다. 차세대 한인회는 청년들의 취업 지원을 위한 ‘청춘학개론’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 광복절을 맞아 개최된 ‘한인의 날’에는 3만명의 관객이 모여 지역 언론에 소개될 정도였다. 김 회장은 “우리가 사는 땅 캘거리에 우리가 사랑하는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외동포청이 주최하고 주관한 이번 ‘2024 세계한인회장대회’에는 50여개국 350명의 한인회장 및 대륙별 한인회연합회 임원이 참여했다.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사회와 모국 및 재외동포 사회 간 교류 활성화를 통한 글로벌 한인네트워크 구축 기반을 마련하고, 재외동포와 모국과의 유대강화를 위해 매년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이상덕 재외동포청장은 “이번 대회는 한인회장들 간 ‘교류와 소통의 장’에서 진일보해 국제 사회에서 나날이 위상을 높여가는 우리 동포들과 본국이 함께 호흡하면서 지구촌 한민족 공동체의 총체적 역량을 키워 나가자는 취지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2일 오찬을 주최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발전 과정은 재외동포의 역할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며 “공공외교에서 재외동포 여러분들이 ‘민간 외교관’이라는 긍지를 갖고 거주국과 모국의 든든한 가교 역할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치며 화답했다.
한인회장들은 차세대 동포들과의 연결을 위한 한인회와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 회장은 “세미나를 통해 다른 한인회장님들과 대화하면서 각 한인회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한국말을 모르는 2세대들이 고국을 잊지 않도록 정체성을 보존하고 뿌리를 지키는 것이 숙제이고, 정부가 방향을 잡기 위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