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장관·나토 사무총장 “확인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러시아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에서 보급품을 받고 있다. [SPRAVDI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러시아 극동 훈련장에서 보급품을 받는 영상이 공개됐지만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은 북한군 파병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사실이라면 우려스럽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군 파병설은 우크라이나 언론이 이달 초 제기한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공식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러시아 편에 서서 우크라와 싸울 병력 1만명을 준비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토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우리 국가정보원도 18일 북한이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파병을 결정했고, 1500여명의 병력이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훈련 중이라며 관련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 및 정보보안센터(SPRAVDI)는 19일 러시아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 영상을 공개하면서 파병설을 기정사실화했다. 이 영상에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러시아군으로 보이는 군인으로부터 장비를 지급받고 있는 모습이 담겼으며 “나오라, 야”, “넘어가지 말라” 등의 북한 억양의 한국어가 들린다.
하지만 미국과 나토는 이례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9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관련 보도를 확인할 수 없으나 사실이라면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현재까지 공식 입장은 ‘확인 불가’”라며 “모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8일 베를린 방문 때 북한군 파병설에 대해 “이것이 사실이라면 내게는 무엇보다도 절박함의 행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러시아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음날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 외무장관과의 회견에서 북한을 언급하며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위기를 심화시키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정부가 전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국정원이 공개한 위성사진과 우크라이나 측이 주장한 북한군 추정 영상 등의 증거가 있어 신빙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영상의 경우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한다.
소셜미디어 엑스(X)에는 “SPRAVDI가 올린 영상은 과거 러시아-라오스 합동훈련이 출처임이 확인됐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라오스 매체 ‘더 라오티안 타임스’는 자국군이 9월 25일 러시아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장에서 라시아군과 합동훈련을 한 사실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측이 공개한 영상 속 장소이기도 하다.
[SPRAVDI 페이스북 캡처] |